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의 생일이다. 내가 그들을 위하는 마음만큼 실제로 축하를 잘 못 해줬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 대신 축하해줄 이들이 있을 거라는 확신과 안도로, 더 큰 이유는 내가 뱉은 말에 질려서.
나는 근래 나의 모순을 발견한 후로 사람에 대한 거리를 두려 하는 편이다. 나는 일단 잔정이 많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도 정말 많다. 사람과 사람 사는 일에 관해서는 화분에 심은 토마토를 관찰하는 일처럼 매일매일의 변화를 확인하고 싶은 그런 궁금증이 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에 브레이크가 한 번 걸렸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 생각하길 워낙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나의 말이 실제 내 마음보다 확대해석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시작했다. 나는 나의 이기심 가득한 반복적인 행동을 증거로 그 의심을 확신이라 판정내렸다.
말로는 좋아한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만나자면서, 심지어 그 문장 앞 여백에는 얼마나 다채로운 형용사를 써가며 간절한 마음과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지. 수사학을 배운 적도 없으면서 혼자만 느끼는 이 부끄러움을 본능적으로 잘도 포장한다. 나에게 집중할수록 주변의 소음과 풍경이 희미해지고 흐려지는 시야에 안타까움과 왠지 모를 죄책감도 들면서 말이다. 나란 사람은 나에게 한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내 표현이 내 마음을 따라갈 수 있을 때, 그때까지 나는 말을 아끼기로 한다. 스스로 뱉은 표현에 당당할 때까지. 나와 주변을 잘 챙기는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부끄러움 없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대하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내 말보다 행동에 힘이 더 실릴 것이다. 이런 마음은 누구도 알 길이 없어 혼자만 내내 곱씹는다. 어제와 오늘, 나는 그들이 다른 어느 날보다 행복하고 사랑받는 날을 보내기를 기도했다.
'100일간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 달래 캐기 (0) | 2021.04.10 |
---|---|
#31 은둔의 공간 (0) | 2021.04.09 |
#29 뜻밖에 (0) | 2021.04.07 |
#28 인터뷰 책자 만들기 종료 (0) | 2021.04.06 |
#27 떨어지는 꽃잎의 의미 (0) | 202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