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10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커피가 식기 전에>가와구치 도시카즈

현실은 바뀌지 않아서 다행인 시도. 이미 정해진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꽤 성가신 규칙들을 지켜가며 그들은 무엇을 애타게 원하고 있는 것일까. ※ 스포 있음   배경은 어느 조용한 찻집에서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연인에 관한 이야기다. 항상 인기 많고 능력 있는 여자인 '후미코'와 그녀의 똑똑한 남자친구 '고로'는 사귄 지 3년째 되었다. 고로는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후미코에게 미국으로 떠나겠다며 폭탄선언을 해버린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행을 결정하고 애인에게 통보하는 고로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 못한 후미코는 모든 규칙을 알고도 과거로 돌아간다. 두 번째 이야기는 부부의 이야기다. 간호사인 '코타케'와 '후사기'는 부부 사이다. 그러나 남편 후사기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되었다. 남편 후사..

책방 2025.03.24

건강한 움직임은 건강한 삶을 영위한다 <우리는 모두 몸으로 일한다>변화의월담

나는 움직임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몸의 감각도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은 대로 두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몸의 감각도 예민한 편이다. 몸의 동적 움직임을 제한하고 유지하는 걸 선호하는 분위기를 불편해한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깨닫는 사실 중 하나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몸은 신기하게 모든 생물학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몸 상태는 '나'를 일정 부분 대변해 준다. 어느 것 하나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없이 모든 세포 단위부터 그렇게 연결되어 설계되었다. 책을 이야기하기 전 '변화의월담'이라는 단체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대략 몸의 소통과 놀이를 연구하..

책방 2025.03.19

거꾸로 생각하기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데릭 시버스

을 읽고 그 안에서 이 책을 언급하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전반적인 감상평은 독자를 어르고 달래는 그런 감수성 넘치는 글이 아닌 실용적이고 통찰력이 있는 글이었다. 오히려 내가 전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반대의 관점으로 알려주는 책이어서 흥미로웠다. 가령 뭐든 느리게 꾸준히 가라는 많은 조언에 반하여 인생의 속도 제한을 풀고 한계를 두지 말라는 것과 보상은 때로는 극단적이어야 된다고 얘기하거나 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라 한다거나 맨 처음 떠오르는 대답을 믿지 말라거나 거의 모든 것을 거절하라는 등,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특이한 점은 글 하나가 끝날 때 큐알코드와 함께 작가가 심어놓은 질문이 등장한다. 스스로 그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

책방 2025.03.17

비울수록 채워지는 삶의 기술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키 후미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_법정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식이 있을 뿐이다. 하나는 기적 같은 건 없다고 믿는 삶,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 _알버트 아인슈타인  올해 들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 중이다. 작년에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 서점에서 이 책을 원서로 샀었다. 발췌독으로 조금 보고는 방치해두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한 지침서가 필요할 때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원서 책이랑 같은 책인지 몰랐는데 읽다 보니 어디서 본 내용인데 하고 비교해 보니 그 원서 책이었다. 이해도 더 잘됐고 '오히려 좋아'하는 마음에 정독하게 됐다. 나는 가구도 자..

책방 2025.02.26

절대적인 환대란 가능한가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김현경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김춘수의 시 ‘꽃’처럼 누군가의 꽃이 되고싶은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사회를 구성하고 소속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진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고 비로소 이름을 불렀을 때꽃이 된다는 말, 인간에서 사람의 자격으로 대한다는 것이며 이는 책에서 말하는 환대의 의미로도 치환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환대란 가능한 것인가?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 자체가 ‘선택’이라 한다면 저자가 말하는 ‘절대적인’ 환대는 어려워 보인다.누군가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 자체가 실은 매 순간순간 구성원들의(개인..

책방 2020.10.04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다니엘 글라타우어

​ ​​ 타인을 향한 욕망은 나의 욕망이다. 나는 대개 혹은 종종 이러한 생각을 하곤 한다. 대형서점에 들어서서 나는 미리 검색해 놓은 도서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고는 내 키의 두 배만한 서가 앞에 우두커니 선다. 곧장 목표한 책을 잽싸게 잡아 들었다. 사실 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라 소설의 인물, 배경, 내용 파악에 대하여 조금의 여유가 있었지 않았나싶다. 그래서 더욱 문장 하나하나까지 음미하면서 읽어 내려간 듯하다. 에미는 습관화 돼버린 왼쪽 세 번째 손가락의 실수로 잡지 정기구독 취소 메일을 엉뚱한 이에게 보내면서 그들의 이메일 릴레이는 시작된다. 두 번째 읽은 전체적인 느낌은 처음 읽었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작은 차이를 몇 가지 얘기하자면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수월해서 누구의 ..

책방 2018.03.23

나를 찾는 여행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봉현

​ ​​ 누군가의 여행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림과 잘 어울리는 감성 여행에세이. 주인공이 어떻게 돈을 벌었고, 계획이 실행될 때 모든 과정들은 생략한 채 오로지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느낀 감정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편안하고 빠르게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아무 이유없이 떠나고만 싶은 서울, 내가 서울에 살면서 느꼈던 감정과 여러 부분에서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그것도 무척 자주) 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탄력 회복성이라고 하나. 외부에서 가해오는 힘에 저항하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 나는 그게 필요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 때의 나는 외부에서 가해오는 힘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처참히 짓눌리고 변형되었..

책방 2017.07.23

설레는 공간,『도쿄의 서점』현광사 MOOK

​ ​ "' '독서'는 결코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란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책에는 읽자마자 효과가 나타나는 즉효성도 없고요. 그러니 마음에 와 닿는 책을 발견하면 '잘 씹어가며' 읽어서 내 피와 살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생활에 조금씩이나마 변화가 나타나니까요. 어떤 의미에서 책은 비효율적인 미디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독서란 식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식사는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기분에 따라 어떤 날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다른 날은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맛과 분위기, 식사를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독서도 그렇게 자유롭게 즐기면 어떨까요? 설사 하이데거의 과 을 동시에 읽는다 해도 문제될 것 없습니다. 또 책을 읽다..

책방 2017.04.14

천언천사록,『나를 깨우는 천 개의 생각』김주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이성복의 시집 제목이기도 하며 그의 삶에 대한 잠언이기도 하다. 흔히 아포리즘이란 삶의 교훈적 체험적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게 표현한 글을 말한다. 금언, 잠언, 격언이라고 해석되기도 하는데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 첫머리에 나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라 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의 명언이 아포리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출처가 불명확한 속담과는 다르게 아포리즘은 출처가 명확하고 순수 창작에 기인한다. 일하다가 가볍게 꺼내 든 책인데 글 형태는 가벼워도 숨은 의미를 헤아리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포리즘에 관한 서적들은 초서법과 낱말 하나하나 헤아리며 ..

책방 2017.04.05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로써 2번의 낭독을 끝냈다. 나는 알랭드보통의 글을 읽으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문체가 떠오른다. 이지적이고 차갑고 철학적이며 깔끔한 정의내리기를 좋아하는 문체랄까. 그래서 그의 글을 좋아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알랭드보통의 글을 한 문단 단위로 여러 번 읽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는 대학교 2학년? 3학년 때다. 그 때 당시 굉장히 상심이 컸던 때라 주인공 '나'가 어떻게 또 다른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막상 지금 다시 책을 집어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봐도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다. 첫 번째 사랑이 가고(첫사랑은 아닌) 크나큰 두 번째 사랑을 맞이하는 거처럼 이제는 주인공 '나'가 경험한 사랑의 탄생과 소멸의 ..

책방 2017.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