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2

황경신, <생각이 나서> 중 ‘무거운 편지’

편지를 쓸까 했어요. 무슨 말로 시작할까 생각했어요. 생각을 하다 보니 해야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었어요. 난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해요, 라는 말도 웃기죠. 아무 내용도 없잖아요. 잘 지내요? 라는 질문도 이상하죠. 못 지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잘 지내세요, 도 그래요. 사실 난 당신이 좀 못 지내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런 소릴 할 수는 없죠. 난 잘못한 것도 없이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렸고 이제와서 그걸 바로잡을 수도 없는데 마음이 어떻든 뭐가 바뀌겠어요. 잔인하죠? 이게 우리의 미래였어요. -황경신, ‘무거운 편지’

쉬어가기 2018.03.22

블로그를 하는 이유

티스토리 블로그 생성은 약 2015년 4월로 추정된다. 여러 글들을 혼자 올리고 정리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했지만 늘 가슴 한편이 불편했다. 이건 내가 원하는 글의 완성도 문제도 아니었고 방문자 수에 대한 염려 문제는 더욱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 나만의 공간에서 읽고 쓰기를 마음껏 향유했는데도 왜 내 마음은 그다지도 기쁘지 않았을까. 난 이유도 모른 채 그 감칠맛 없는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난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더이상 이곳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조금 바랜 일기장을 다시 꺼냈고 그 위에 글씨를 꾹꾹 눌러담아 쓰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이 더 즐겁고 행복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내 두 뼘짜리 노트에서 만들어가는 세계는 그 곳을 펼쳐보기만 해..

쉬어가기 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