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기록

#27 떨어지는 꽃잎의 의미

mercysky 2021. 4. 5. 23:48

벚꽃이 만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길가에는 벌써 살랑이는 바람 따라 벚꽃 잎이 흩날린다. 그러다 허공에 몇 초 머물다가 그대로 바닥에 살포시 떨어진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을 조심스럽게 밟고 지나간다. 일 년에 딱 한 번인 이 시기를 위해 그 추위를 견뎌냈는데 이리도 지는 데는 순간이구나 하고는 떨어지는 꽃잎 대신 가벼운 허망을 품는다.
아름답다고 칭해지는 모든 것들은 기다림의 향연이구나.
기다림 안에는 그리움이 녹아있고 그리움 안에는 흔적이 있다. 무언가가 지나간 뒤에 남은 얼룩 같은, 그런 자취들. 어쩌면 우리는 그 흔적을 계절과 계절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무던히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어느 사이나 공간에 머물고 싶어서, 때때로 그러는 중에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는 의미를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그 흔적에는 잊지 못하는 혹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각자의 '의미'가 담겨있을 수도 있겠다며 바닥의 꽃잎들로부터 시선을 거둔다.
어쩌면 그사이에 머물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기다림'이라는 한 단어로 불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은 다 기다려야만 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움 안에는 무척이나 많은 의미가 숨어 있어서 우리는 각자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의 기다림이 긴 이유가 다 있나 보다 하고 허망한 마음은 잠시 한쪽에 묻어둬야겠다. 내일은 얼마나 많은 꽃잎이 발치에 스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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