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로써 2번의 낭독을 끝냈다. 나는 알랭드보통의 글을 읽으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문체가 떠오른다. 이지적이고 차갑고 철학적이며 깔끔한 정의내리기를 좋아하는 문체랄까. 그래서 그의 글을 좋아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알랭드보통의 글을 한 문단 단위로 여러 번 읽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는 대학교 2학년? 3학년 때다. 그 때 당시 굉장히 상심이 컸던 때라 주인공 '나'가 어떻게 또 다른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막상 지금 다시 책을 집어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봐도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다. 첫 번째 사랑이 가고(첫사랑은 아닌) 크나큰 두 번째 사랑을 맞이하는 거처럼 이제는 주인공 '나'가 경험한 사랑의 탄생과 소멸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운명적 낭만론을 예찬하며 클로이에게 사랑에 빠진 주인공 '나'
그 사랑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모두 자신이 만들어 낸 욕망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원하던 이상에 상대를 끼워 맞추고,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모습을 발견하면 열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의 탄생은 초인간적인 힘에 의해 설명하고 사랑의 소멸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에 기초를 둔다. 결국 독자들에게 사랑의 역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내가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저 여자일까? 나는 건너편 소파에 앉아서 잡지를 읽고 있는 클로이를 다시 보며 생각한다. 아니면 그녀의 입, 눈 얼굴 주위에 형성된 하나의 관념에 불과한 것일까? 그녀의 얼굴을 그녀의 영혼의 안내자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혹시 내가 잘못된 환유를 적용하는 죄를 지은 것은 아닐까? 실체의 속성 한 가지를 실체 자체로 대체해버린 것은 아닐까?[왕관을 군주로, 바퀴를 자동차로, 백악관을 미국 정부로, 클로이의 천사 같은 표정을 클로이로······]?"
"나는 클로이가 제공하는 내 인격에 대한 통찰들 덕분에 성숙할 기회를 얻었다."
어쨌든 사랑에 실패하고, 시작하려는 이들 혹은 사랑에 대해 철학적 사고를 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제목도 내용이랑 참 잘 어울리지 싶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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