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여행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림과 잘 어울리는 감성 여행에세이.
주인공이 어떻게 돈을 벌었고, 계획이 실행될 때 모든 과정들은 생략한 채 오로지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느낀 감정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편안하고 빠르게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아무 이유없이 떠나고만 싶은 서울,
내가 서울에 살면서 느꼈던 감정과 여러 부분에서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그것도 무척 자주) 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탄력 회복성이라고 하나. 외부에서 가해오는 힘에 저항하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 나는 그게 필요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 때의 나는 외부에서 가해오는 힘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처참히 짓눌리고
변형되었다. 그리고 많이 좌절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회복성이 늦었을 뿐, 나는 탄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그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느라 조금 느렸을 뿐이었다.
서울을 떠난 지금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인지,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모습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여전히 머물러 있는 걸 지양하며 떠나고만 싶어하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다.
언젠가 다시 떠나게 될 때, 그날을 위해 오늘은 자기 전에 아주 예쁘게 웃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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