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블로그 생성은 약 2015년 4월로 추정된다. 여러 글들을 혼자 올리고 정리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했지만 늘 가슴 한편이 불편했다. 이건 내가 원하는 글의 완성도 문제도 아니었고 방문자 수에 대한 염려 문제는 더욱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 나만의 공간에서 읽고 쓰기를 마음껏 향유했는데도 왜 내 마음은 그다지도 기쁘지 않았을까. 난 이유도 모른 채 그 감칠맛 없는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난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더이상 이곳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조금 바랜 일기장을 다시 꺼냈고 그 위에 글씨를 꾹꾹 눌러담아 쓰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이 더 즐겁고 행복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내 두 뼘짜리 노트에서 만들어가는 세계는 그 곳을 펼쳐보기만 해도 내게 엄청난 희열을 가져다 주었다.
그때 당시 처음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날로그적인 방법은 내가 기록하고 싶은 영상 혹은 이미지와 텍스트(여기서는 좁은 의미로 문어로 이루어진 기호 복합체)를 조합하고 정리하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어떤 도구나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내가 살아가는 과정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채롭게 표현해낼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때 풀지 못했던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든다.
우선 몇 가지 원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블로그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1. 표현욕구 실현: 글을 매개로 나의 생각과 의견,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음.
2. 편리성: 좀 더 빠르고 깔끔하게 나의 삶의 과정을 기록, 정리하기 위함. (직접 찍었던 사진들도 함께.)
3. 만족감과 성취감: 이 공간에서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 냈다는 개인적인 기쁨을 느낌.
4. 글 쓰는 습관: 포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습관이 길러지고 첨삭하는 습관 역시 길러짐.
내 블로그의 테마(Theme)는 무엇인가.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형 블로그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블로그 특성상 불특정다수가 언제든지 내 글을 볼 수 있고 원하는 사람들끼리만의 소통 SNS가 아니란 점을 숙지해야 한다. 블로그란 개인적인 공간이면서도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개인적인 공간을 방해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열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규칙을 세워봤다.
-보여지고 싶거나 자랑하려는 방식의 이미지는 자제한다.
(가령 셀카나 매일 먹는 음식 사진은 sns 계정을 하나 파서 그곳에 올리도록)
-쓰고 싶을 때 쓰고, 쓰고 싶지 않을 때 쓰지 않는다.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게시물을 수정, 삭제하고 마음에 안들면 그만하지 뭐)
-내가 무엇인가를 읽고, 보고 먹고, 어딘가를 다녀 온 단순사실 기록이 아닌 그 행위를 하면서 드는 감정과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나름대로 생각 정리를 하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에는 굳이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와 블로그의 주제가 그저 허공에 떠다니는 관념과 비슷했다. 내가 블로그를 이용한 후에 겪게 될 변화나 얻고자 하는 것들이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뭔가를 써도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앞으로도 끊임없는 고민은 어떻게 내 방식대로 이 공간을 만들어갈지다. 아무튼 조금 더 편안하고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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