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녀석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이리도 변화무쌍한지, 나조차도 어떨 때가 진심인지 헷갈린다. 어떨 때는 숨어있는 녀석을 잘 알아차려 부드럽게 타고 넘어갈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 녀석에게 압도당하여 처참하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면모까지 낱낱이 파헤쳐지기 일쑤다. 참 웃긴 녀석이다. 모든 것을 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는 녀석. 온전하게 그 녀석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체의 문제점과 마주할 수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안에 있는 것들. 어쩌면 그걸 마주하라고 감정이라는 녀석이 도와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완전하게 나 자신과 마주하라고 끊임없이 그 녀석은 카멜레온처럼 옷을 갈아입고 내게 튀어나온다. 어제, 오늘 내 감정 속 깊은 곳까지 침전하였다가 다시금 분개하고 깨우치기를 반복한다.
내면의 문제에 직면하자. 피하지 말자. 피한다고 피해지면 평생을 피하면서 살아야 한다. 평생 피하면서 살 성격은 못되고 자신도 없으니까, 이따금 마주치는 나의 치부를 내가 먼저 파헤치리다. 그 과정은 아주 힘들겠지. 그래도 강해지고 싶다. 지금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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