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시장 구경
점심까지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자고 푹 쉬었다. 점심을 먹고 오늘은 장날이라 전통시장에 다녀왔다. 이것저것 구경도 할 겸 제철 봄나물을 사 오려 했다. 시장에 가기 전에 몇 가지 모종을 샀다. 말씀하시는 게 무척 귀여운 할아버지가 직접 길러 소량으로만 파는 브로콜리, 상추, 토마토, 오이, 쪽파 모종이다. 상자에 얼른 담아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현금을 챙겨 야외 오일장에 갔다. 사람들이 각자 필요한 물건을 앞에 두고 흥정하는 모습이 보이고 할머니들이 직접 캔 봄나물들을 펴 놓고 사람이 오길 기다리는 모습도 보인다. 아직 바람에 찬 기운이 있어 사람들은 어묵, 떡볶이, 옥수수, 번데기 등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주머니 속 현금을 만지작거리며 상인들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특히 오후가 되자 바람이 세져, 준비한 상품을 떨이라도 팔고 가고 싶어 하는 상인들이 보인다. 날씨 덕분에 떨이하는 양파와 딸기와 각종 봄나물을 싸게 사는 데 성공한다. 밭일할 때 입을 편하고 시원한 시장표 바지도 사고 현금이 오갈 때의 시골 정서를 느껴보기도 한다. 재밌게 구경한 후 다시 텃밭을 가꾸러 간다.
무료 나눔 같은 가격으로 감사히 어린 식물들을 데려왔는데 어른들께서 지금 옮겨 심으면 얼어 죽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텃밭을 일구고 상추만 심고, 다른 식물은 화분에 옮겨서 날이 따듯해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시장에서 산 두릅, 질경이, 돌미나리, 씀바귀 등 산나물을 데쳐서 초무침을 해 먹고, 삼겹살을 구워서 한 끼 식사를 한다. 자연에서 얻은 음식들이 제일 맛있고 자연을 즐기며 노는 일이 제일 재밌다. 5월 초에 모종하고 자라나는 변화를 잘 지켜봐야지.
무난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