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기록

#12 시간과 돈

mercysky 2021. 3. 21. 23:50

어렸을 적 엄마는 내게 '시간은 금이다. 시간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 네가 가진 전부는 시간이다.'라는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자주 얘기해 주셨다. 어릴 때는 시간은 항상 공짜고 남들에게도 제일 쉽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시간을 쓰는 일이었다. 어릴 땐 모름지기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무언가 돈을 써서 해주는 일보다 더 쉬웠다. 이제는 그때의 엄마 말을 알겠다. 혼자 먹고 살 만큼의 능력과 환경이 되니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경우도 많아졌다. 시간으로 돈을 버는데 다시 돈으로 시간을 사는 이 굴레가 요즘 내겐 큰 고민으로 와 닿는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순간의 내가 행복하다고 판단되는 가치를 따르자니 그에 따른 대가를 돈으로 지불한다. 가령 생일, 모임 등 직접적인 만남 대신 선물을 보내 마음을 표한다든지, 더 비싸고 빠른 교통편을 선택한다든지,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인터넷 배송을 기다리는 것보다 현장 거래로 바로 물건을 산다든지 등등.
사람이 이 굴레를 벗어날 순 있는 건가. 그것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러면 고민의 무게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욕망에 늘 휘둘려 사니 시간은 시간대로 갖고 싶고 돈은 돈대로 벌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 그러면 최소한 좋아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