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박에 관하여
사람들은 대개 한가지쯤의 크고 작은 강박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에는 확인 강박이 있다. 집을 나서기 전엔 난방, 전기, 가스, 창문 등을 확인한 걸 몇번이나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분명히 다 확인했음에도 한번 더 확인해야 마음이 편하다. 업무를 볼 때도 그렇다. 일상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아주 심한 건 아니지만 내 행동을 의심하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첫째는 나는 혹은 사람은 완벽하지않다 라는 생각이 강해서 완벽과 결함 사이의 간극을 최대한 줄여보고자하는 압박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다. 둘째는 나의 어떤 실수로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하는 상황이 싫다. 셋째는 최선을 다 했다는 안도감과 그 이후의 영역은 내 것이 아니라는 합법적인 마음도피가 가능하다.
조금 실수하면서 살아도 그러면 그런대로 지나갈테지만 실수가 반복될까봐 지나치게 의식한다.
최근에는 여기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문제를 발견했다. 아니면 이게 근본이었을 수도 있겠다. 특히 나와 연애하는 상대가 내게 어떤 약속을 하거나 마음이 울릴 정도의 얘기를 할때면 난 재차 물어본다. 대체 무엇을? 궁금한 것도 없는데 질문을 가장한 불안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에겐 나의 쏟아지는 질문이 강요와 부담으로 다가왔겠지.
대부분 내가 마주하고있는 것들 중에는 불변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하는 마음과 상황과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었다. 속으로는 변하지말라는 애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깨닫고 있었으면서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놀 지면이 필요했다. 어린 시절의 어떤 상처로부터 시작되었다가 영원한 건 없다는 나의 믿음은 또 다른 상처들로 실감하며 살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 편안해지고싶다. 변하면 변하는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일정 부분에서 나는 무능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