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8 이렇게 하면 망하는 소개팅 일화
문득 부끄러운 소개팅 일화들이 떠오른다. 그리 많이 해보지도 않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지금 생각하면 왜 실패했는지 알 것도 같다.
7~8년 전쯤, 소개팅에서 너무 많이 먹어 한 소리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같은 학교에 키도 크고 귀엽게 생긴 연하남이었다. 그러니까 왜 하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갔는지, 내 것도 다 먹고 그 애는 긴장했는지 잘 안 먹길래 그 애 것도 다 먹고 사이드도 다 먹었지 뭐람. 그러고는 스타벅스에 가서 음료와 디저트를 후식으로 먹었다. 양심상 그날 계산은 전부 내가 했다. 그 애가 내 친구에게 그 누나 너무 잘 먹는다고 전해 듣긴 했다. 나는 그때 내 시선으로 잘 먹고 멋있게 계산까지 해서 내숭 없고 쿨한 여성이라 생각했지만, 그 애 시선에서는 며칠 굶은 예의 없는 애로 기억됐겠지. 그 이후에 몇 번 만났지만 어린 나이에 더 어린 애에게 매력을 못 느껴 그만 만나자고 했던 것 같다. 그러고 그 애는 내 친구랑 사귀었다. 그 소식을 나중에 듣고 축하해줬던 기억도 함께 난다. 때 묻지 않은 정신으로 배신감은 하나도 못 느꼈고 남녀 사이는 모두 열린 문이라는 걸 배웠던 것 같다. 그 문을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의 차이일 뿐. 내돈내먹(내가 돈 주고 내가 사 먹은 음식) 같은 후회 없는 소개팅이었다.
두 번째는 같은 성을 가진 사람에게 첫 질문이라고 한 게 동성동본과 불법 유흥업소 출입 여부였다. 최악. 같은 성씨면 왜, 또 그런 업소에 만약 갔어도 누가 갔다고 첫 만남에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하겠는가. 이 정도면 소개팅 왜 나갔는지 머리를 콩콩 쥐어박고 싶은 기억이다. 그 착한 애는 그래도 애프터 신청을 했다. 그러고 무척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적극적인 모습, 그게 별로여서 끝냈다. 사실 다음 질문으로 발 사이즈가 250이라 해서 이성적 매력을 못 느낀 것도 안 비밀. 취조하러 간 건지 연애를 해 보겠다는 건지 지금 생각해도 숨고 싶다.
두 가지 일화가 더 생각이 나긴 하는데.... 남은 건 부끄러움뿐. 다들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