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7 내로남불 심리
흔히 요즘 얘기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기저 심리가 궁금하다. 같은 행동을 두고 자신과 타인을 다른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는 건 어디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찾아야 하는가.
스위스의 작가 롤프 도벨리는 "우리의 조상은 생존을 위해 집단에 속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마음을 맞춰야 했다. 독자적인 길을 가는 사람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들이 살아남는 확률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머물며 살아남는 확률보다 적기 때문에 유전자풀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90퍼센트의 시간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데 쏟아붓고, 단 10퍼센트만 외부 상황의 관계들에 대해서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기본적 귀인 오류는 본능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속 편할 것 같다. 안 되면 세상 탓, 남 탓하는 이유도 여기 있었구나. 오늘 당한 어이없는 일을 생각하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접근하니까 화도 안 나잖아? 오히려 반성과 성찰 모드다. 나도 이런 기본적 귀인 오류를 남발하며 살았구나.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을 체계화한 버나드 와이너(Bernard Weiner)에 따르면 귀인에는 상황적 귀인(situational attribution)과 기질적 귀인(dispositional attribution)이 있다. 어떤 사람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상황적 귀인, 성격 자체가 흉악하다든가 하는 기질 탓으로 돌리는 건 기질적 귀인이다(상황적 귀인은 ‘상황 귀인’, 기질적 귀인은 ‘성향 귀인’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선 상황적 귀인을 하는 반면, 타인에 대해선 기질적 귀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 문제는 ‘세상 탓’이지만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이라는 논리다.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 등은 197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런 성향을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으로 설명했다. ‘행위자-관찰자 비대칭(actor-observer asymmetry)’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내 문제는 내가 행위자이므로 내 행위에 가해진 상황적 제약에 대해 잘 아는 반면, 다른 사람의 문제는 내가 관찰자에 불과하므로 상황적 제약에 대해 알기 어려워 사람 탓을 한다는 것이다.
-김재휘 <설득 심리 이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80p 중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일부 발췌)
똑똑한 사람들이 연구도 많이 하고 통계도 내주어 심리와 세상에 대해 이리 쉽게 배운다. 나도 종종 나의 '내로남불'을 자각할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심리학으로 접근하니 재밌고 이해가 잘 간다. 외부 상황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면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사람이 남 탓으로 돌릴 때 본능적으로 자존감을 지키려 그런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외부 탓을 하는 것이 자책하지 않고 정신건강에 더 좋을 때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본적 귀인 오류를 범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어머나, 부끄럽고 끔찍하다! 이렇게라도 점검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도 이런 걸 두고 얘기하는 거겠지. 평생 풀어야 할 숙제다. 나의 무지를 반성하고 점검해야겠다. 소름 돋는 천재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