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기록

#1. 02 익숙해서 미안해

mercysky 2021. 8. 2. 23:23


익숙함에 속지 않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과 그것을 함께 하는 사람까지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자신 없다면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학습하고 연습하고 반복해서 내재화시켜버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동으로 사소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게끔 나의 머리와 마음의 기본값을 설정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익숙해질수록 욕심은 커지고 내 기준은 더욱 강경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상식이 되고, 나의 상식 밖을 벗어나면 그것은 화가 된다. 그리하여 감정적으로 변하는 나의 모습과 이 모습을 빠르게 자각하는 모습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요즘 나는 내 뜻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진다.
즉, 익숙한 것들은 내 기준에 따라 통제하려 한다. 반복되는 일일수록, 가까운 사이일수록 내가 편한 대로 생각하고 그 생각에 벗어나면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낸다. 어쩌면 익숙함에 속는 것보다는 익숙함을 이용하여 내 욕심을 아주 가득히 채우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버리는 일, 익숙하니까 예상도 하게 된다. 완전한 나의 프레임으로만 말이다.
가끔 자유를 가장한 이기심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본다. 갈등 요소가 실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 문제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내 문제가 맞다. 그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괜히 더 큰소리를 낸다. 익숙한 것에만 유독 잔인하게 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