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오늘의 기록을 더 해 총 100개의 글 내지는 소소한 기록이 완성되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단 하루도 기록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를 칭찬해도 괜찮은 날이 아닐까 싶다. 100일 동안 초반에 1번과 근래에 1번, 딱 2번, 12시를 넘겨 엔터를 친 적은 있다. 그래도 끈질기게 스스로 도태되지 않고 100일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잔잔하고 평화롭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기 만족감과 신뢰감이다.
아직도 막상 타자를 두드리려 하거나 휴대폰 메모장을 켤 때면 생각이 뒤엉켜버린 머릿속의 실타래를 손이 풀지 못하는 날이 잦다.
머리의 입력과 손의 출력이 자유로우면 쓰는 동안 얼마나 신이 날까. 그렇게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도 자못 궁금하다. 비단 창작의 고통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니니 안 써지는 날에는 입력을 더 많이 하기로 한다.
겨울과 봄의 글쓰기는 이렇게 마무리하지만, 여름의 글쓰기가 다시 나와 글벗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또 설렌다. 이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만큼은 푹 쉬고 내일 늘 그렇듯 나아가보자. 함께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울고 웃었던 기억 모두 차곡차곡 잘 접어서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것이다. 은밀하게 자신을 꺼내 보일 때마다 그 용기에 감사했고 위로받았다. 정이 들어 너무너무 아쉽지만, 여름의 글쓰기에서 몇몇 함께 한 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들 너무 멋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생 후배로서 함께하는 분들의 이야기 덕에 많은 것들을 보았고 배웠고 자랄 수 있었다. 어디에서나 늘 건강하게 지내시길, 쓰는 일이 자신을 다듬는 과정이라면 쓰는 일을 멈추지 마시길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멋진 행보를 축복합니다.